동백작은학교의 '민주시민학교는 세상을 어떻게 배우는가' [5화, 중앙아시아에서 다시 배운 공정여행]

다숲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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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에서 다시 배운 공정여행

[중앙아시아 공정여행 ②] 다른 삶을 존중하면서도 지키고 싶은 가치들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5일까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을 여행하며 그 여정 속에서 만난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길 위에서의 배움을 담았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스카즈카 협곡에 도착했을 때 학생들은 한동안 주변을 바라봤다. 붉은 암석과 거대한 하늘,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자연의 시간이 만든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압도적인 자연을 만났다. 산과 초원, 바다처럼 펼쳐진 이식쿨 호수, 붉은 암석이 이어지는 스카즈카 협곡. 학생들의 여행 기록에도 그 풍경은 여러 번 등장한다. 학생 서하는 이식쿨 호숫가에서 해가 질 때까지 두 시간 가까이 앉아 있었다.

"정말 나는 그 순간만으로 10년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러 생각이 저절로 비워졌다. 그렇게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는데 정말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며 자연 속에서의 느낀 행복을 표현했다.

노을지는 이식쿨 호수에서 몇시간째 글을 쓰던 동백학생
▲노을지는 이식쿨 호수에서 몇시간째 글을 쓰던 동백학생 ⓒ 이임주관련사진보기


스카즈카 협곡에서는 한국에서부터 들고 간 기후정의 피켓을 펼쳤다.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
'탄소는 누가 뿜었나? 재난은 누가 맞고 있나? 기후 불평등에 분노하라.'

붉은 협곡 앞에서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노래했다. 한 학생은 노래를 부르다 울었다. 학생 다올은 여행을 마치고 이렇게 썼다.

"내가 또 언제 맑디맑은 이식쿨 호수에서 물놀이를 해보고, 협곡이 있는 캐년에서 심장 벌렁벌렁 트래킹을 하고, 나에게 쏟아질 듯한 수놓인 별과 은하수를 카메라에 담고, 산과 구름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눈물을 흘리겠는가. 자연과 함께한 시간들은 모두 나의 마음 깊이 아주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스카즈카 협곡에서 기후정의를 외치고 있는 동백학생들
▲스카즈카 협곡에서 기후정의를 외치고 있는 동백학생들 ⓒ 이임주관련사진보기


우리와 같은 사람을 찾는 여행이어야 할까

이번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전과 달랐다. 동백작은학교는 그동안 공정여행을 준비하며 기후위기와 생태, 인권과 평화, 성평등 등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과 공간을 찾아 교류해왔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는 짧은 준비 기간과 제한된 정보 속에서 그런 연결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키르기스스탄 여행 준비팀이었던 학생 머깽이는 당시를 이렇게 기록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할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매체나 수단이 없어서 너무 막막했다. 약간 사막에서 바늘 찾기를 몸소 체험하고 경험한 느낌? 그런데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조사하면서 키르기스스탄의 매력에 빠지고 기대되고 설레였다."

현지에 도착하고 나니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공정여행은 우리와 비슷한 가치와 삶을 확인하는 여행이어야 할까. 중앙아시아에는 그곳의 종교와 음식, 생활방식과 문화가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도 있었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먼저 이해해보는 것이 필요했다. 다올은 이 여행을 이렇게 정리했다.

"누군가가 차려주는 루트에 따라 움직이며 돈만 소비하기보다 눈과 귀를 열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들으며, 또 현지의 색깔을 따라 움직이며 공정여행을 하는 것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현지의 색깔을 따라 움직이는 것. 이번 여행에서 공정여행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준 말이었다.


존중하지만 지키고 싶은 가치들의 조화

현지의 삶을 존중하는 것과 여행자인 우리가 모든 체험에 참여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도 개인 도시락통과 수저, 텀블러를 챙겼다. 시장에서 음식을 살 때 도시락통을 내밀고, 음료를 살 때는 텀블러를 건넸다. 다올은 이 실천을 여행에서 가장 뿌듯했던 일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도시락과 수저, 텀블러로 정말 플라스틱을 최소화했던 것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시장에 가서 도시락통에 음식을 받아 먹고, 시내 음료수 가게에서 텀블러를 내밀었다."

우즈베키스탄 아이다쿨 인근 유르트 캠프에서는 낙타를 타는 체험이 있었다. 현지 가이드는 여기 오면 사람들이 꼭 탄다고 했지만 우리는 타지 않았다. 멀리서 낙타의 느긋함을 바라보았다. 동물을 여행자의 즐거움을 위한 체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가 정한 원칙이었다. 현지의 문화를 평가하거나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체험에 참여할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했다. 공정여행은 거창한 구호보다 이런 순간에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동물타기를 소비하지 않고 이식쿨 호수에서 자연 그대로를 즐기고 있는 동백학생들
▲동물타기를 소비하지 않고 이식쿨 호수에서 자연 그대로를 즐기고 있는 동백학생들 ⓒ 이임주관련사진보기


내 발로 걸어서 국경을 건너간다는 것

키르기스스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할 때는 육로 국경을 걸어서 넘었다. 학생 태리는 이렇게 말했다.

"국경을 넘을 때 너무 신기하고 더 기억에 남는 소중한 여행이 되었다. (…) 내 발로 나라를 건너간다는 게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몇 걸음을 옮기자 다른 나라였다.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오래전 실크로드를 오갔던 사람들의 이동을 공부한 뒤,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대륙의 길을 걸어 다음 나라로 향했다. 서하는 그날의 시간을 이렇게 적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여행에서 느끼고 경험하고 실천한 것을 현실로 끌고 와 적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 실천과 경험을을 나의의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면 여행이 단순한 도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여행이 삶으로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공정여행이라고 해서 특별한 여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행하는 동안 계속 선택할 수는 있다. 그곳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먼저 들여다보는 것. 다른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우리의 행동으로 지키는 것. 그리고 여행에서 만난 질문을 돌아온 뒤의 삶으로 가져오는 것.

중앙아시아에서 우리가 배운 공정여행은 여행지에 대한 감상보다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우리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제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 배움의 공동체를 꿈꾸는 곳이다. 2021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https://www.dongbaek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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