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작은학교의 '민주시민학교는 세상을 어떻게 배우는가' [1화, 키르기스스탄 협곡에서 외친 기후정의, '왜 사라져야 하나요']

다숲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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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협곡에서 외친 기후정의, '왜 사라져야 하나요'


동백작은학교 학생들, 중앙아시아 공정여행 중 스카즈카 협곡서 기후행동





오는 19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올해 슬로건은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이다. 매년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은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해 왔다. 공정여행으로 한국을 떠나 있을 때는 우리가 머물고 있는 나라에서 피켓을 들고 노래하며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곤 했다.

올해는 중앙아시아 공정여행 중이라 키르기스스탄의 스카즈카 협곡에서 우리만의 기후행동을 했다.

'스카즈카'는 동화라는 뜻이다. 붉고 노란 기암괴석과 끝없이 펼쳐진 하늘. 이름처럼 현실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 거대한 자연 앞에 서니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저마다 준비한 피켓을 들었다. 한 학생은 얼마 전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를 보며 이렇게 적었다.

"탄소는 누가 뿜었나? 재난은 누가 맞고 있나? 기후 불평등에 분노하라."

네팔홍수사태에 대한 피켓을 들고 있는 동백학생
▲네팔홍수사태에 대한 피켓을 들고 있는 동백학생 ⓒ 이임주관련사진보기


지난 8월 26일 네팔과 티베트 국경 히말라야 지역에서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며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이후 네팔 정부는 이 재난을 기후위기에 적은 책임을 가진 나라들이 더 큰 피해를 감당하는 '기후정의'의 문제로 국제사회에 제기하고 있다.


왜 사라져야 하나요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해온 이들과, 홍수와 가뭄과 폭염 속에서 가장 먼저 삶의 터전을 잃는 이들은 같지 않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위기 속에서 수많은 비인간 생명들도 삶의 터전을 잃고 사라져 간다.

피켓 퍼포먼스에 이어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라는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 제주의 자연을 공부하며 학생들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다. 붉은배새매, 조롱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두잎약난초, 물장군, 비바리뱀, 붉은발말똥게, 저어새... 이름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멸종위기종'이라는 말 뒤에 있던 생명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먼 곳의 희귀한 존재가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며,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이웃들이었다. 아이들은 노래한다.

"우리는 계속 만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그리고 가사 속 마지막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다.

"왜 사라져야 하나요. 왜 사라져야 하나요."

스카즈카 협곡에서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동백학생들
▲스카즈카 협곡에서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동백학생들 ⓒ 이임주관련사진보기


제주의 작은 생명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가 키르기스스탄의 거대한 협곡 사이로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외국인 여행자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함께 춤을 추고 박수를 보냈다. 노래가 끝난 뒤에는 피켓든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자는 이들도 있었다.

키르기스스탄의 협곡에서 울려 퍼진 노래는 제주를 넘어 전 세계의 기후위기와 맞닿아 있었다. 폭염과 홍수, 산불과 가뭄, 빙하의 붕괴와 생물종의 소멸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모두 하나의 지구에서 이어지는 같은 위기의 장면들이다.

키르기스스탄을 여행하는 동안 유난히 자주 바라보게 된 것도 산꼭대기에 하얗게 남아 있는 눈과 빙하였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키르기스스탄의 빙하는 이미 빠르게 줄고 있다. 빙하는 이곳에서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강을 흐르게 하고 사람들의 식수와 농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물의 저장고다.

여행 내내 바라본 저 산꼭대기의 흰 눈과 빙하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것은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만은 아니었다. 그 눈과 얼음이 사라지는 것은 결국 그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과 수많은 생명들의 삶이 달라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자연에게 너무 미안해요

퍼포먼스가 끝난 뒤 한 학생이 한참을 울었다. 왜 우느냐고 물으니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다 한참 뒤 말했다.

"그냥… 이 자연한테 너무 미안해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계속 잘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이들과 기후위기를 공부하며 생각한다. 지구 평균기온과 탄소배출량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한 생명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는 일. 그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일. 먼 나라의 재난을 보며 "왜 저 사람들이 이 재난을 감당해야 하지?"라고 질문하는 일.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인간의 한없이 작은존재를 느끼고, 오래도록 이 아름다움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일.

그런 순간부터 기후위기는 내 삶의 문제가 된다.그러다 보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기후위기의 책임과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탄소는 누가 뿜었는가.
재난은 누가 맞고 있는가.
누가 더 많이 누려왔고, 누가 먼저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가.


기후위기는 결국 정의의 문제다

기후위기는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평등의 문제이고 정의의 문제이며, 인간이 다른 생명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다.

9월 19일, 한국에서는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를 외치며 다시 거리를 걷는다. 동백학생들은 그 거리에 함께 서지 못하지만 조금 먼저 키르기스스탄의 협곡에서 목소리를 보탰다. 작은 피켓 하나와 노래 한 곡이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의 재난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라져가는 생명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인간과 비인간 생명이 함께 살아갈 자리를 넓혀가는 것. 그런 질문과 실천이 쌓이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동백학생들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든, 그 길에 조금이라도 평화를 더하는 발걸음이길 바란다. 이들이 작사작곡한 가사의 내용처럼, 우리는 계속 만나고 싶다. 계속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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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작사작곡한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제주의 기후변화와 멸종위기 종들을 공부하며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이임주관련영상보기
노래 -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동백작은학교 학생들 작사/작곡>
발밑을 내려다보면 하늘을 올려다보면
붉은배새매, 조롱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웃고 있고, (크크크크크)
이끼와 식물들의 수다를 방해하지마.
그러다 두잎약난초를 밟을 수도 있어.
물장군, 비바리뱀, 사슴벌레가 우리를 보고 있어.
연산호와 눈을 마주칠 수있게
비인간 동물들의 숨소리를 느껴봐. (호오이)

귀를 기울여보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맹꽁이의 러브스토리 붉은발말똥게의 쓰르르륵 윙크
저어새의 검은 입이 정말 우아하지 않니?
우리는 계속 만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나레이션) "우리는 모두 자연일부
비인간동물의 눈에 비친 인간은 그저 그들과 같은 자연의 일부
온전한 자연은 인간동물들의 오래된 상식과 믿음을 순식간에 뒤집어 버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자연은 결코 인간의 것이 될 수 없어.
그 곳에서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만 허락되는 사랑과 평화가 있어.
그래서 욕심많은 인간들은 절대 알 수가없지. 알 리가 없지."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 작고 소중하게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 푸른섬 제주가 되어보자!
언제까지나 존재만으로 함꼐 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살며시 안아주고 싶어
왜 사라져야 하나요 왜 사라져야 하나요

덧붙이는 글 |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제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 배움의 공동체를 꿈꾸는 곳이다. 2021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https://www.dongbaek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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