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백작은학교의 교육실험 이야기 7화 [세월호8주기, 청소년의 언어로 기록하다]

애월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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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4월의 봄이 찾아왔다. 세월호 참사 8주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세월호 8주기는 이곳 제주에서 청소년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무엇도 해결된 것이 없지만, 점점 많은 이들에게 잊혀져 가는 세월호를
청소년들의 언어로 세대를 넘어 기억하고 실천하는 기억의 시간을 이어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포스터에 바톤을 이어받는 것으로 세월호 8주기를 표현했다.

제주에 위치한 대안학교 동백작은학교와 보물섬학교 친구들이
석달전부터 모여 겨울방학을 반납하고
함께 공부하고, 분노하고, 수십번의 회의, 토론 만남을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과 기억의 시간을 이어가기 위한 활동을 기획했다.

그동안 어른들이 기획한 세월호 행사에 참여해 세월호를 알아갔다면
이번에는 청소년 중심의 기억과 실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어른들은 그저 도움을 주는 역할만 했다.

제주의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들은 공모전을 기획했다.
영상, 그림, 공연, 디지털작화, 시영역으로 공모전을 진행 했으며,
작품들이 잘 모이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던 아이들은
하나둘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많아 지고 점점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부스체험도 펼쳐졌다.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가득한 부스체험이어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따뜻함이 가득한 시간들이었다. 세월호 해시태그가 쓰여진 인스타 액자를 만들어
그날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 사진 인화 해주기, 노란 우체통을 만들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편지 쓰기,
세월호 키링 만들기, 세월호 작품 전시회, 세월호 8주기를 기억하기 위한 캐리커쳐 그리기 등 의미있는 부스들이 진행되었다.



'우리들의 노랑정원을 걸어가보자'라는 제목으로 스탬프 투어를 하며
다양한 시간들로 세월호를 기억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기억의 걸음들이 이어지고,
세월호 8주기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아이들은 마치 날마다
시작인 것처럼 세월호를 기억해 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은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찼지만, 또 한껏 기뻐할 수 없는 이 시간은
따뜻함과 슬픔의 그 어디 즈음 각자의 위치에서 기록하는 세월호의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웃음들도 가득 담기면 눈물과 슬픔이 되어 버리는 이 시간의 경계를 걸으며 

함께 모인 이들 모두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이 시간을 채워가고 있었다.



최초의 청소년 세월호 영화제가 제주세월호기억관에서 열려

지난 15일 세월호 청소년 제1회 영화제가 제주세월호기억관에서 개최되었고,
개막식 영화로 <귀향>을 함께 보고 조정래 감독과의 만남의 시간도 이어졌다.
감독과의 대화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따뜻한 용기를 전해주는 감독과
어느새 친해진 듯 자연스레 편안한 시간이 이어졌고 질문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아이들의 질문 하나하나를 존중해 주고, 친절히 말씀해주시는 감독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따뜻한 어른들을 만나 아이들은 더욱 큰 용기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듯했다.

영화 <귀향>을 통해 과거와 지금은 연결되어 그 경계를 오가며
우리 안에 기록되고 그들의 슬픔이 함께 그물코처럼 연결되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추운날씨였지만 누구도 춥다고 말하지 못했던 시간은 그날 그 바다가 우리와 함께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첫날 잔뜩 긴장한 아이들은 따뜻한 어른들을 만나 용기와 자신감을 많이 얻어가는 듯했다.


둘째 날 영화제에서 선보인, 청소년들이 자신의 시선으로 제작한 영상물들도
새롭게 이어가는 기억의 시간이자 감동의 시간이었다.
어른들은 담아낼 수 없는 청소년들의 진심이고 그들의 언어였다.
15~17일 사흘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의 시간은 온전히 세월호를 기억하고
아이들의 언어로 세월호를 담아내던 시간이었다.

아이들 스스로 기획한 부스를 운영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세월호를 설명하고 안내하며 아이들은 이전보다 더욱더 자기답게 세월호를 기록하고 기억해 나갔다.
힘들다는 말들이 나올 법도 한데 사흘의 시간을 기꺼이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하루하루를 보낸 아이들은 이전의 힘들다고 투덜대던 아이들의 모습과는 달랐다.

정성과 마음을 담은 아름다운 공연들이 펼쳐지고,
여러인사들의 뜻깊은 말씀들이 이어졌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저 깊이 흔들어 울렸던 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민우 아버님 이종철 선생의 말씀이었다.

"신이 계셔서 딱 하루만 민우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으로
이어진 편지글은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가장 충분한 이유이기도 했다.
민우 아버님의 말씀처럼 2014년 4월 15일 그날 제주에서 소풍으로 한껏 행복했을 아이들,
그리고 16일은 구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날
그래서 말할 수 없이 슬픈 기억의 달 4월, 이제 청소년들이 그 시간을 기억하고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폐막식은 동백작은학교 중2 김준형, 중1 박지원 학생이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들이 쓴 편지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청소년들에 의해 기억이 이어지고

그들의 솔직한 언어로 표현된 편지에 깊은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하셨다.



형, 누나, 그리고 얘들아. 오늘 4월 16일, 세월호 8주기가 되었어. 참 이상하다. 
작년 이곳 제주 세월호 기억관에 와서 7주기 행사 봉사활동을 하던 게 벌써 1년이나 지나버렸어. 
세월호 참사 당시 고작 일곱 살 이었던 난 벌써 열다섯살이 되었지. 
내 또래 친구들도 당시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당연하지. 
어렸고, 뭐가 뭔지 잘 몰랐던 시기에 그런 일을 듣고 봤을 때 누구라도 그럴 거야.

그때부터 부모님이 이곳저곳 날 데리고 다니셨어. 

차를 타고 어디론가 도착하면 세월호 리본이 날 반겨주었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곳이었지만 난 왜인지 그곳에서 따뜻함과 사랑의 기운을 느꼈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세월호 리본은 무거움보다는 나에겐 늘 나를 손흔들어 반겨주는 고향같은 느낌마저 들었어. 
그래서 세월호에 대한 반감 보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에 들어왔었어.

난 이제 중학생이고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수 있을 만큼 꽤 자랐어. 어린시절부터 바라본 세월호는 점점 해가 거듭될수록 나에겐 더욱 이어가야할 역사가 되었고 기억이 되었어. 그저 부모님을 따라 다녔던 세월호는 이제 '내가 세월호를 왜 기억해 나가고 있는가?'라는 내 안의 질문이 되어버린 것 같아. 진상규명을 위해, 라는 대답으로 해소가 되지 않는 문제였지.가장 쉬운 답이 어쩌면 진상규명을 위해서지만, 이제 우리들은 그것을 넘어 세월호를 기억하고 기록해 나가야 해. 왜냐면 진상규명이 된다고 하더라도 난 세월호를 계속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실천하고 행동할 거거든. 이 땅에 많은 청소년들이 이제 주저하지 말고 세월호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 갈 세상을 함께 그려 보았으면 좋겠어.
이제 우리가 만들어 갈 세상 우리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줘.
304명의 희생자가 곧 우리이고, 나이고, 슬픈 사건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그 기억의 끈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서로를 끌어안는 힘이 되었어.

이제 난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내가 무언가를 해야할 것만 같아.
그 이유를 생각 해 보니 생각 보다 너무 단순한거야. 그건 잊혀지면 반복되지 때문이지.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시간들이 나에겐 너무 슬프게 다가와.
'내가'아니면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생각보다 '나도'해야지
이 세상이 더 아름답게 펼쳐져 가겠지라는 생각을 해 보면 좋겠어.

어른들이 우리가 살아갈 안전한 세상을 위해 지금까지 싸웠다면 이제
우리가 주체적으로 우리가 살아갈 안전한 나라를 꿈꾸며 무엇이라도 해 보자. 우린 이 땅의 멋진 십대! 이 땅의 미래니까!

사실 고백하자면 이번 세월호를 준비하며 많이 버겁기도 힘들기도 했어.
하지만 그때마다 용기를 냈어. 내가 용기를 내어야 다음에 더 큰 용기가 보태어 질 것 같아서.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인한 많은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실규명과 안전한 세상을 위해 나아가고자 우리 함께 다짐해 보자.
학교에서 소풍한번 간다고 하면 날 듯이 기뻐하는 우리를 떠올려 보며,
2014년 4월 16일 그날 제주로 소풍을 왔다 돌아가지 못한 아름다웠던
청소년들과 희생자들이 억울함 없이 슬픔 없이 기쁘게 우리 안에 살아 숨 쉴 수 있는 그날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우리 함께 안전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

안전한 세상 꿈꾸며 어디선가 함께 하고 있을 많은 청소년들에게 용기의 박수를 보내며 이 편지를 마치려고 해.

2022년 4월 16일
동백작은학교 박지원, 김준형


아이들은 모든 행사가 끝나고 힘들었다는 소리 보다 다음 세월호 9주기는 어떻게 기획하면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억의 시간을 이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옆에서 이 시간들을 함께 해 준 어른들은 연신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세월호 8주기를 진행하며 아이들의 성장 또한 컸다. 매일매일 아이들의 소감을 함께 나누며 아이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다양하게 이 시간을 기억하고 느껴갔다. 전시부스를 맡은 중3 솔이는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8주기 행사의 막이 내리는 날이다. 3일 동안 고생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부스운영을 하고 저녁 6시부터 폐막식을 진행했다. 너무 감동적이고 보람찬 시간이었다. 공모전에 낸 내 그림이 뉴스에도 나오고 노랑노랑 상까지 받아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수상소감을 준비를 못 해서 잘 말을 못 했는데, 사실 엄청나게 자랑스럽다. 최근 행사 준비를 하면서 힘들 틈도 없을 만큼 바빴던 거 같다. 춥고 힘들었지만 세월호를 잊지말자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던 것 같다. 내 그림의 뜻처럼 나는 잊지 않고 기억하며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세월호 준비위원이었던 중2 현서는 함께 한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기억의 다짐을 이어갔다.

"오늘 세월호 8주기 행사 마지막 날이다. 몇달동안 열심히 준비하신 세월호 위원회 분들, 3일동안 행사를 풍성하게 도와주신 자봉단 분들, 정말 수고하셨어요! 폐막식이라 사람들이 많이 안 올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제 기억식 정도로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나와 유림이 사회는 어제로 끝났고, 오늘 폐막식 사회는 준비위원회 총대장이신 보물섬학교 김원님이 맡으셨다. 여러 악단들도 나오시고, 초등학교 합창단도 나와 노래를 불러 주셨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웠던 폐막식이었다.

지금까지 같이 준비하고 고생했던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내년 9주기때도 다시 모여 이런 빛나는 시간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기억, 책임, 약속. 세월호 진상규명이 될 그날까지는 나는 기억할 것이다. 조정래 감독님, 자봉단과 세월호 위원회 분들, 나나쌤 은영쌤 신대표님, 택진이 선생님, 조재현 연출가님, 나우, 지현 언니, 그 외 세월호 8주기를 위해 달려오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중1 동희는 세월호 기억식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밥을 지으며 함께 나누는 뿌듯함을 느꼈다.

"오늘은 세월호 행사 2일차인 4월16일이다. 오늘은 또 우리가 무대위에서 춤을 추었다. 그리고 오늘 세월호 유가족 분이 자기 아들한테 편지를 써서 읽어 주셨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세월호 4.16일 당일 이여서 그런지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그리고 오늘 점심을 평화쉼터 에서 준비해주셨는데 오늘은 다같이 점심을 먹어서 150인분이나 준비 해야 했다. 그래서 준비할 것 들이 너무 많다보니 도와드렸는데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칭찬도 받고 뿌듯했던 것 같다. 물론 밥도 정말 맛있었다."


중2 우겸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향을 담당하며 또 다른 시선으로 세월호를 기억했다.

"오늘은 즐거운 날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번에 음향이라는 포지션을 맞았다 보니 나는 음향 기술 등을 배워서 좋았다. 이번 기회로 더욱 음향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오늘 세월호 기억식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나도 똑같이 미안한 마음 그리고 희생자 유가족 분들 마음이 이해가 됐다. 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시간을 함께 나눈 어떤 이는 청소년들의 힘으로 제주섬의 세월호를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부활시켜 주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했다. 청소년들의 힘으로 무언가를 시작해 보자는 소박한 시작으로 이렇게 많은 이들과 세월호를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용기고 진실규명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시간이었다.

실수가 가득하고 때론 아이들끼리 모여 노느라 자신의 역할을 챙기지 않아 빈 구멍도 많았지만 그래서 더욱 청소년스러웠던,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아이들의 외침이 어디에선가 닿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땅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세월호를 통해 이루어진 청소년의 살아있는 배움이자 실천의 시간이었다. 내년 세월호 9주기에도 더 많은 청소년들에 의해 기억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잊지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청소년들이 바톤을 이어받은 세월호, 어쩌면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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