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백작은학교의 교육실험 이야기 6화 [새학기 시작하자마자, 아이들과 7일간 걸었습니다]

애월
20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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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작은학교의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긴장되고 설렌다. 동백작은학교에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만나 가장먼저 하는 일은 '걷기'이다. 아이들은 7일간 아름다운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금 쌀쌀한 기운은 있었지만, 봄의 따스한 기운들로 춥게 느껴지진 않았다.

따뜻한 청소년 공동체 동백작은학교에는 올해도 다양한 친구들이 모였다. 학교의 철학과 가치를 배우고 싶어서 온 친구, 초등학교 때 왕따 경험으로 아픔이 있는 친구, 경계성 지적 지능으로 관계의 어려움이 있는 친구, 대안초등을 나와 자연스레 대안학교로 이어진 친구 등 다양한 친구들이 모였다. 각자의 다양한 색깔이 아름다운 친구들의 올 한해가 벌써 기대가 된다.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여전히 중학교 입학 전에 반배치고사를 보기 위해 시험을 치른다. 수준별로 골고루 배치하기 위함이지만 각자의 개성이나 특징 보다는 성적별로 나뉘어져 선생님과 친구들과 첫 만남을 갖게 된다. 반을 편성할 수 있는 기준은 오직 성적뿐이다. 첫 시작부터 경쟁하는 삶의 시작이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교육은 끊임없이 경쟁하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키워 내고 있으며, 그렇게 자란 젊은 세대들은 '공정한 경쟁'을 세상에 요구하기도 한다. 중학교 반배치고사 조차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과외를 받고 시험을 보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경쟁하는 삶 속에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공정한 경쟁'이란 과연 대한민국에서 존재 할 수 있는 것인가?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을 배우는 곳인가?

이 당연한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질문에 이어 다시 '걷기'로 돌아가 보자. 제주의 정겨운 돌담과 유채꽃, 아름다운 해안도로, 지미오름에서 내려본 아름다운 풍경까지 제주를 느릿느릿한 걸음과 시선으로 담을 수 있는 소중한 하루하루가 펼쳐진다. 


아이들은 걸으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삶에서 겪은 온갖 희로애락을 다 쏟아 놓는다.
따로 상담을 할 필요도 아이들의 인적사항을 조사해 알아볼 필요도 없이 아이들의 깊은 내면의 생각과 느낌까지 자연스레 나눌 수 있는 마법같은 시간이다.

걷는 다는 것의 힘이란… 아이들이 가진 행복의 원천이 어디인지도 모를 만큼 즐거움과 따뜻함이 걷는 내내 쏟아져 나온다. 물론 아이들의 '걷기'는 아름다운 여정만은 아니다. 걷는 내내 발바닥이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내일은 얼마나 걷나, 밥은 언제 먹나, 오늘 반찬은 뭔가, 몇시냐 등의 짜증섞인 말들을 늘어 놓지만,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를 천천히 담으며 서로가 얼마나 가까워 졌는지, 서로가 얼마나 따뜻하게 연결되었는지, 하루하루 얼마나 서로가 나누는 웃음이 많아 졌는지 아이들은 모른다.

물집이 잡혀 울기도 하고, 아픈 친구를 위로해 주기도 하고,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며, 밥을 먹고는 언제 힘들었냐는 듯 뛰어다니기도 하며 아이들은 진하게 첫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서로의 형식적인 소개보다는 함께 걷고 자고 먹고 하는 동안 아이들은 한달은 넘게 산 가족들처럼 친근하고 따뜻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간다.

이번 올레길 걷기의 테마는 평화의 걸음이었다. 아이들은 걷는 내내 평화를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보았다. 가슴 아픈 소식들이 연일 매스컴을 타고 전해졌고, 아이들은 저마다 각자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전쟁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피켓을 만들어 평화의 걸음 걸음을 내딛었다. 우리가 걷는 걸음마다 평화가 꽃 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소중한 걸음이었다. 

저녁에 돌아와서는 하루하루 그날의 시간을 세줄일기로 함께 나눈다.


동백학교의 새로운 가족 솔이라는 친구는 자연스레 연결된 관계에 대해 이렇게 썼다.

 

"오늘 드디어 올레길 첫 코스였다. 첫 날인데 무지 힘들어서 내일은 또 어떻게 걸을지 걱정이다. 지미봉을 올라갔는데 그냥 드러눕고 싶을만큼 힘들고 피곤했다. 발도 엄청 아파서 지금 발바닥 가죽이 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냥 힘들었다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점점 친구들이랑 친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특히 태형오빠랑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재밌었다. 내일은 오늘 갔던 곳 보다 더 힘들고 길다는데 무지 걱정이다. 그래도 오늘보다는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즐거운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형오빠, 오늘 정말 재밌었어. 나 많이 챙겨주고 맞장구 쳐 줘서 고마워. 내일 또 같이 걸으면서 많이 이야기하자."
 

그리고, 올해 중2과정인 우겸이는 올레길을 새로운 세상에 비유했다.

 

"오늘은 올레길 제 20코스를 걸었다. 우리는 19키로를 바다 옆 길로 걸어다녔다. 다들 힘들다고 얘기를 했지만 끝까지 완주을 했다. 그 길을 보면서 바다을 보니 정말로 아름다웠다. 꼭 안 걸어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바다는 아름다웠다. 보니깐 나 혼자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어제랑 똑같은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왜냐하면 항상 올레길을 걸으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에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또 현서는 함께 보고 느낀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오늘은 3월 5일, 너무 기분좋은 날이다. 사실 어제 물집을 터트렸는데도 불구하고 다리가 아팠다. 그래서 절뚝절뚝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끈기있게 완주한 내가 참 자랑스럽다. 바다 옆에서 걸어서 그런지 바람이 엄청 많이 불었다. 중간에 예쁜 책방과 소품샵을 만났다. 이렇게 작고 사랑스러운 책방이 너무 좋다. 큰 책방보다 더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참 예뻤다. +당근니에게~오늘 너무 열심히 걸었어! 바람도 추웠는데 묵묵하게 걷는게 멋지더라!"
 

아이들의 짧은 나눔 속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다양한 교육적 가치가 녹아 있었다. 이렇게 몇 달을 걸으며 길이 안겨주는 배움을 경험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을 배우는 곳인가?'에 대해 답해 보려고 한다.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갈등이 생기면 굳이 회복하려 하지 않아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면 되지만 작은 공동체일 수록 그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동백작은학교에서는 갈등이 생기면 회복적 시스템을 통해 더 깊이 관계를 맺어가고 그들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시간들을 거친다. 그러면 갈등을 통해 오히려 더 멋진 관계로서의 승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서로를 더 깊이 바라 볼 수 있게 되고 서로의 다름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무엇이 진정 청소년들에 필요한 교육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힘든 팬데믹 속에 우리는 그 전과 후를 바라보며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

 

교육이란 결국 형식적인 틀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평가받기 위해 경쟁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다양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곳'이 아닐까. 그리고 자연스레  연결되는 삶의 가치를 이어가는 운동이 아닐까.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배울 수 없는, 자연스레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치유와 회복,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배우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함께 호흡하며 걸었던 아름다운 올레길 위에서 우리는 진정한 관계맺기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배웠다.

아름다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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