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백작은학교의 교육실험 이야기 4화 [대안학교 10대들의 젠더평등선언식, 한 번 보실래요?]

애월
2022-03-27
조회수 474

동백작은학교에서는 1학기에 평화선언식을, 2학기에 젠더평등선언식을 진행하며, 짧게는 한 주간 길게는 한 달간 평화와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고 실천하는 시간을 가진다.

동백작은학교에서의 젠더 감수성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중요한 가치와 문화로, 다른 수업에 비해 비중 있게 진행되는 필수 수업이기도 하다. 젠더는 '사회문화적인 성'으로, 여성성, 남성성, 성차별, 성폭력 등 많은 사회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시민의식 중 하나이다.

'젠더감수성이 높다'는 것은 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차별과 폭력을 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성인지 교육과 성교육 등 포괄적 개념으로 배움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실천으로 이어갔던 많은 교사들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가깝게는 학부모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고 지금도 혐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교육적 의도는 무시된 채 '젠더'나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만 거부와 혐오를 드러낸다.


무분별한 매체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걸러내야 할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지를 구별할 일상에서의 감수성 훈련이 십대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동백작은학교의 '젠더평등선언식'은 신현종 선생님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성범죄'에 대한 고민 속에서 나온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학교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마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최초의 '젠더평등선언식'이 아닐까.

행사는 젠더평등주간으로 일주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아이들이 낸 아이디어들로 하루에 한두 개의 거리들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젠더평등선언문'을 완성했고, 젠더평등으로 4행시를 재미있게 지어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만든 젠더평등선언문을 읽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둥근원을 만들어 서로에게 평등을 다짐하는 절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젠더평등의 의미를 담아 포스터를 만들어 SNS에서 함께 나누기도 하고, 젠더평등에 관련된 영화를 보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매일 아침 방송되는 EBS <위대한 수업> 중 주디스버틸러의 강의를 들으며 젠더에 대해 자세히 배워가는 풍성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명상볼을 치고 용기 있게 나와 '차별로 인해 상처받았던 이야기', '반성과 성찰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보고, 서로를 함께 돌보는 따뜻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며 다양성의 의미를 담아 손도장으로 무지개를 만들어 평등한 세상을 위해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주제에 대한 무거움 보다는 서로의 얼굴에 다양한 색을 칠하며 웃음과 평화가 가득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젠더평등 주간 동안 매일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세줄 일기를 썼다. 매일 젠더평등에 대해 나눈 아이들의 소감과 성찰이 감동인 시간이었다.
 


아래는 아이들의 소감문 중 일부이다.

"오늘 아침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의 관한 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여기서 하나 고백하자면 젠더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서 젠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그러니까 저번주?) 그냥 성별 같은 건 줄 알았다. 많이 부끄럽다. 이 젠더 평등의 주간에는 깨닫는 것도 많고, 또 부끄러운 것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그저 젠더를 이분법으로 나누어 보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미국 뉴욕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한 젠더가 31개나 된다는데, 왜 나는 그저 여성, 남성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어느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도 걸어갈 길이 먼 것 같다. 나는 항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바란다. 사회가 규정한 틀 안에서 젠더들이 억압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아직 알아가야 할 것이 많고, 무의식적으로,혹은 몰라서, 차별을 할 수도 있다. 아니, 분명 나는 그런 차별을 했다. 아직도 나는 여자 하면 분홍색과 립스틱, 살랑살랑한 치마가 떠오르고, 남자보다 여자에게 엄격한 틀을 대어 평가하는 것 같다. 이게 우리 사회의 문화고, 나는 지금부터 이런 문화를 바꾸어 나가고 싶다. 우리는 조금 더 잘해야 한다. 평등하지 못한 문화가 있으면 바꾸어야 한다." (중1 송현서)

"오늘 아침부터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페미니즘 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정말 좋은 강의 였고 매일 매일 들어도 다르게 생각될 것 같았던 참 의미있는 강의였다. 15분짜리 였는데 5분만에 끝난 것 같았다. 나의 생각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성차별을 하지 않고, 들어보지 않았나? 절대 아니다. 감수성 떨어지는 말들도 수도 없이 많이 입에 담았고 정말 많이 들어 보았다. 수치심과 창피함이 느껴졌고 정말 창피했다. 앞으로 나의 언어 습관, 감수성은 나의 노력으로 발전하나 떨어지나를 좌지우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는 유림이가 되기를, 이라는 다짐해본다." (중1 천유림)

"때로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분노가 필요할 때가 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잔잔한 호수같이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그것이 억압이라면? 평화가 아니라 누군가를 희생시켜 나온 결과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해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젠더평등마음나누기를 한 소감은 정말이지 놀랐다. 곳곳에서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참 건강하지 않은가. 감수성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갈고 닦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중3 송희원)

"오늘 제일 기억에 남았던 시간은 마지막 시간에 젠더 평등 마음 나누기를 했다. 항상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이 시간에서의 나는 반성의 시간이었다. 감수성을 아직 끌어 올리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많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씩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좋다. 꼭 한번 해보세요. 추천입니다." (중3 이시하)
 


인권교육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최근 EBS 위대한 수업에서 방영되었던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교계와 학부모 단체들이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 취소를 촉구했다.

필자는 십여년 넘게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성교육을 진행해 왔고, 최근 몇년간은 페미니즘 교육과 젠더평등 교육에 집중했다. 학생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다양한 성에 대해 존중하고, 성을 넘어 서로를 더 배려하게 되었고, 감수성 또한 더욱 높아졌다.

여성의 참정권이 없던 시절에는 그것이 당연한 그 시대의 문화였듯, 누군가의 거룩한 분노와 투쟁의 결과 지금은 당연한 여성의 권리가 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고정관념 속에 살고 있다. 인권은 모든 존재가 존중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이다. 가장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려 보는 것, 그것이 인권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십대들에게 절실한 교육은 몇십년동안 변하지 않는 틀에 박힌 성교육보다 여성, 남성의 사회규범적인 틀을 벗어나 모든 성이, 모든 존재가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는 자아성찰적인 연대를 만들어 가는 인권교육의 일상화가 아닐까. 가까운 미래에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자기다움을 찾고, 존중받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본다.
 



👇🏾 본문 기사 보려면 클릭👇🏾

         본문기사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