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직역하면 '좋은 길'이라는 뜻이 담긴 이 말에는 '당신의 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교사로서 학생들과 함께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 길 위에서 만나는 순례자들마다 외치던 인사 '부엔 까미노'는 서로가 나누는 평화였고, 힘든 순간 위로의 언어였다.
제주에 있는 대안학교 동백작은학교는 일년에 한번씩 '길위의 인문학'이란 주제로 공정여행을 떠난다. 공정여행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갈 장소에 대한 역사, 경제, 언어, 생활 등을 꼼꼼히 공부하고 길을 떠난다. 이번 공정여행 장소는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지난 9월 말 다녀온 이번 여행의 테마는 순례길 위에서 평화의 유랑단이 되는 것. 그래서 가는 곳마다 평화의 노래를 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 산티아고 순례길 아르수아의 멋진 길 위에서
ⓒ 이임주
순례길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힘들었다. 첫날은 무려 해발 1400Km가 넘는 가파른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야 했다. 프랑스 생쟝에서 스페인 론세스바예스까지 28km가 되는 고된 길이었지만, 힘든 가운데도 아이들(아래 동백친구들)은 '샘~ 너무 아름다워요. 와~ 정말 예뻐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몽골인지 프랑스인지 모를 끝도 없는 초원이 펼쳐지고 자유로이 거니는 양들과 소, 말들이 경계없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주었다.
삶은 때로 고단하고 힘들지만, 그때마다 마주하는 아름다움은 늘 그것을 이기는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움들이 사라지지 않고 내내 우리의 시간에 머물러 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
한국은 가슴 아픈 분단국가라서, 국경을 걸어서 넘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런 덕에 아이들에게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은 정말 감격스런 경험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그 길엔 어떤 누구도 내 땅이라며 지키고 서 있지 않았다. 우리는 경계의 지점에서 감격스러운 사진 한 장만 찍고 자연스레 국경을 넘었다.
이 모든 세상이 이런 세상이면 좋겠다고, 국경도 없고 전쟁도 없고 평화로이 모든 인종들이 서로 나누며 잘 어우러져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스페인의 아름다운 도시 팜플로나에서는 동백친구들이 미리 준비했던 기후위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는 동백친구들
ⓒ 이임주
동백친구들은 언어가 잘 전달이 되지 않을까봐, 미리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언어를 써가는 등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거리들을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가기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외국 청소년들에게 많은 이들이 정성껏 답변해 주었다.
중국, 호주, 프랑스, 스페인,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모두가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채식을 실천하고 있었다며 놀라기도 했다.
또, 중점적으로 다루는 기후위기의 과제들도 각 나라별로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며 한동안 그룹별로 인터뷰한 내용들로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
동백친구들은 '평화란 무엇이냐', '기후위기송' 등 도착지마다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다른 나라 사람들과 우리가 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나누었다. 스케치북에 번역본을 미리 준비해서 우리가 부르는 노래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기도 하였다.
어느 때는 멀리서 구경하고 있는 스페인 어린이들에게 '평화'라는 단어를 알려주니 동백친구들이 노래 부르는 내내 '평화! 평화!'를 외치고 바위처럼 몸짓을 함께 따라하며 감동을 더해 주었다. 언어는 다르지만 아름다운 노래라 응원하고 박수쳐주는 공원의 관객들도 모두 고마웠다.
외국인들과 함께 외친 '평화'라는 단어
그렇게 생쟝에서 팜플로나까지, 아르수아에서 산티아고까지 100km가 넘는 길을 완주하여 무사히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도착했다.
함께 도착한 순례자들은 저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선물 한꾸러미를 들고 온 듯 행복해 보였다.
▲ 팜플로나 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동백친구들
ⓒ 이임주
마침 도착한 날이 한국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되는 날이라, 평화로 가득 찬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인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동백친구들은 평화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노래했다. 서로의 언어는 잘 모르지만 행인들은 모두 함께 호응해주면서,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노래와 언어라고 칭찬해 주었다.
순례길을 걷는 내내 학생들과 함께 어깨에 걸친 배낭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달고 다녔다. 미국에서 온 어떤 분은 따로 부탁하셔서 사진을 찍어 가기도 하고, 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멋지다면 '엄지 척'을 해 주기도 했다.
▲ 하고 싶은 메세지들을 적어 순례기간 동안 배낭에 달고 다녔다.
ⓒ 이임주
인간의 삶이란 어디서든 탄소발자국을 남기지만, 동백공동체는 이 여행을 통해 더 많이 걷고 더 작고 소중한 것들을 보고 느끼려 노력했다. 앞으로도 인간이 지켜야할 더 많은 평화를 담아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평화의 걸음 걸음 평화의 발자국을 남기며 희망을 노래할 것이다.
순례길의 마지막 장소였던 거룩했던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울려퍼지던 평화의 노래를 기억해본다. 그저 걷고, 걷고, 또 걷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이 시간들이 얼마나 위대한 시간이고 얼마나 작고 사소한 그 소중한 무언가를 담아내고 있는지를 학생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그 어느 길 위에서 걷게 되든 각자의 방식으로 평화를 노래하며, 자신이 배우고 고민한 평화를 잊지 않고 세상에 아름답게 꽃피우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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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기후위기를 노래하는 동백작은학교 친구들 ⓒ 이임주
<산티아고서 '평화' 노래한 청소년들...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다>
Buen camino! 직역하면 '좋은 길'이라는 뜻이 담긴 이 말에는 '당신의 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교사로서 학생들과 함께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 길 위에서 만나는 순례자들마다 외치던 인사 '부엔 까미노'는 서로가 나누는 평화였고, 힘든 순간 위로의 언어였다.
제주에 있는 대안학교 동백작은학교는 일년에 한번씩 '길위의 인문학'이란 주제로 공정여행을 떠난다. 공정여행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갈 장소에 대한 역사, 경제, 언어, 생활 등을 꼼꼼히 공부하고 길을 떠난다. 이번 공정여행 장소는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지난 9월 말 다녀온 이번 여행의 테마는 순례길 위에서 평화의 유랑단이 되는 것. 그래서 가는 곳마다 평화의 노래를 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순례길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힘들었다. 첫날은 무려 해발 1400Km가 넘는 가파른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야 했다. 프랑스 생쟝에서 스페인 론세스바예스까지 28km가 되는 고된 길이었지만, 힘든 가운데도 아이들(아래 동백친구들)은 '샘~ 너무 아름다워요. 와~ 정말 예뻐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몽골인지 프랑스인지 모를 끝도 없는 초원이 펼쳐지고 자유로이 거니는 양들과 소, 말들이 경계없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주었다.
삶은 때로 고단하고 힘들지만, 그때마다 마주하는 아름다움은 늘 그것을 이기는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움들이 사라지지 않고 내내 우리의 시간에 머물러 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
한국은 가슴 아픈 분단국가라서, 국경을 걸어서 넘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런 덕에 아이들에게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은 정말 감격스런 경험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그 길엔 어떤 누구도 내 땅이라며 지키고 서 있지 않았다. 우리는 경계의 지점에서 감격스러운 사진 한 장만 찍고 자연스레 국경을 넘었다.
이 모든 세상이 이런 세상이면 좋겠다고, 국경도 없고 전쟁도 없고 평화로이 모든 인종들이 서로 나누며 잘 어우러져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스페인의 아름다운 도시 팜플로나에서는 동백친구들이 미리 준비했던 기후위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동백친구들은 언어가 잘 전달이 되지 않을까봐, 미리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언어를 써가는 등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거리들을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가기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외국 청소년들에게 많은 이들이 정성껏 답변해 주었다.
중국, 호주, 프랑스, 스페인,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모두가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채식을 실천하고 있었다며 놀라기도 했다.
또, 중점적으로 다루는 기후위기의 과제들도 각 나라별로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며 한동안 그룹별로 인터뷰한 내용들로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
동백친구들은 '평화란 무엇이냐', '기후위기송' 등 도착지마다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다른 나라 사람들과 우리가 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나누었다. 스케치북에 번역본을 미리 준비해서 우리가 부르는 노래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기도 하였다.
어느 때는 멀리서 구경하고 있는 스페인 어린이들에게 '평화'라는 단어를 알려주니 동백친구들이 노래 부르는 내내 '평화! 평화!'를 외치고 바위처럼 몸짓을 함께 따라하며 감동을 더해 주었다. 언어는 다르지만 아름다운 노래라 응원하고 박수쳐주는 공원의 관객들도 모두 고마웠다.
외국인들과 함께 외친 '평화'라는 단어
그렇게 생쟝에서 팜플로나까지, 아르수아에서 산티아고까지 100km가 넘는 길을 완주하여 무사히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도착했다.
함께 도착한 순례자들은 저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선물 한꾸러미를 들고 온 듯 행복해 보였다.
마침 도착한 날이 한국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되는 날이라, 평화로 가득 찬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인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동백친구들은 평화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노래했다. 서로의 언어는 잘 모르지만 행인들은 모두 함께 호응해주면서,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노래와 언어라고 칭찬해 주었다.
순례길을 걷는 내내 학생들과 함께 어깨에 걸친 배낭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달고 다녔다. 미국에서 온 어떤 분은 따로 부탁하셔서 사진을 찍어 가기도 하고, 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멋지다면 '엄지 척'을 해 주기도 했다.
인간의 삶이란 어디서든 탄소발자국을 남기지만, 동백공동체는 이 여행을 통해 더 많이 걷고 더 작고 소중한 것들을 보고 느끼려 노력했다. 앞으로도 인간이 지켜야할 더 많은 평화를 담아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평화의 걸음 걸음 평화의 발자국을 남기며 희망을 노래할 것이다.
순례길의 마지막 장소였던 거룩했던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울려퍼지던 평화의 노래를 기억해본다. 그저 걷고, 걷고, 또 걷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이 시간들이 얼마나 위대한 시간이고 얼마나 작고 사소한 그 소중한 무언가를 담아내고 있는지를 학생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그 어느 길 위에서 걷게 되든 각자의 방식으로 평화를 노래하며, 자신이 배우고 고민한 평화를 잊지 않고 세상에 아름답게 꽃피우길 바랐다.